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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공덕동 먹자 골목 할머니집

샹뚜루 2007. 2. 14. 22:05

까다로운 입맛도 녹이는 후한 인심
editor 김지덕, photographer 김연지, illustrator 김

일단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돈을 내지 말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고급 레스토랑도, 값비싼 요리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맛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공덕 오거리에 줄지어 있는 맛집들이다.

▒ Information
마포할머니빈대떡
주름이 자글자글, 인상 좋게 생긴 할머니가 30년 넘게 빈대떡을 부치고 있는 집. 02-715-3775  

소문난 족발
공덕시장 내 원조 족발집. 족발을 시키면 푸짐하게 담은 순대와 머리고기, 순댓국이 서비스로 나온다. 02-716-9731

최대포집
우리나라에서 소금구이를 최초로 선보인 집. 매콤달콤한 빨간 마늘 양념을 발라 구워 먹는 돼지 껍데기 역시 인기 있다. 02-719-9292

독도푸른바다
공덕동 일대 회사원들이 회식 장소로 애용하는 곳. 회 센터와 정통 일식당이 함께 있어 다양한 가격대의 회를 즐길 수 있다. 02-3275-7774

굴다리식당
돼지비계를 잔뜩 넣고 끓인 김치찌개를 스테인리스 국그릇에 담아준다. 한상 가득 반찬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02-712-0066

마포고바우
돼지 목살을 돈가스 정도 크기로 썰어 드럼통 위에서 구워 먹는다. 전화 없음

마포골뱅이
골뱅이, 고춧가루, 마늘, 채 썬 파만 넣고 무치는 을지로식 골뱅이 전문점. 이 일대에서는 유일하게 국내산 골뱅이를 사용한다. 02-704-1530

전주식당
조기구이, 갖가지 나물, 생굴무침, 묵은 김치 등 열 가지가 넘는 반찬이 차려지는 4000원짜리 백반정식으로 유명한 곳. 전화 없음

 

 

깔끔하고 모던한 공덕역 5번 출구로 빠져나와 큰길을 따라 3분 정도 걷다 보면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서울시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재래시장이 옛 모습 그대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재래시장도 옛맛을 많이 잃어가고 있지만 이곳은 언제 와도 한결같다.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자그마한 음식점들, 길 한복판에 검은색 비닐 봉투를 풀어놓고 직접 농사 지은 채소를 파는, 수십 년째 한자리에서 난전을 펼친 할머니까지, 이곳에서는 누구나 터줏대감이다. 그래서일까. 말끝에 느껴지는 푸근한 정과 손끝으로 담아내는 후한 인심이 이곳의 참 매력으로 다가온다.

재래시장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과 후한 인심 그리고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맛. 이곳은 이 세 가지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데, 그 소문이 퍼져 다른 지역 사람이 더 많이 찾아올 정도다. 원래 공덕동은 최대포집, 마포고바우 등을 비롯한 돼지 갈비와 껍데기 전문 음식점 그리고 술집이 전부였다.

지금처럼 대규모 먹자골목이 형성된 것은 약 20년 전의 일이다. 신용보증기금과 효성빌딩 등 대형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며 기하급수로 증가한 사람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하나 둘 음식점이 생겨난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51년 전통의 ‘최대포집’은 공덕시장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이자 우리나라에서 ‘소금구이’를 처음 선보였다. 소금구이만큼이나 돼지껍데기구이 역시 맛봐야 할 메뉴다. 고춧가루 섞은 마늘소스를 뿌려서 구워 먹는데, 매콤하면서 달달해 느끼한 맛을 모른다.  

최대포집 맞은편에는 1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마포골뱅이’가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의 90% 정도가 초기부터 찾던 단골이다.

취재차 찾아간 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몇 달 전 이곳에서 골뱅이를 먹었던 사진기자의 얼굴과 주문한 메뉴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다 한 번 들른 손님인데도 잊지 않고 기억해내는 주인의 정성이 단골을 만드는 것이었다. 골뱅이는 파 채와 고춧가루, 마늘만을 넣는 을지로식인데 이 일대에서는 유일하게 국산 골뱅이를 사용한다.

최대포집과 마포골뱅이 옆 골목은 빈대떡과 족발이 평정했다. 분식집이든, 식당이든 족발과 빈대떡을 내지 않는 곳이 없다.

그중 빈대떡 열풍을 일으킨 곳은  30년 전통의‘마포할머니빈대떡’이다. 원조답게 빈대떡 종류만도 녹두부침개, 동그랑땡, 김치전,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등 17가지에 이른다.

전은 400g에 5,000원, 튀김은 3개 1,000원에 판매하는데 학생에게는 가격보다 몇 배 많은 양을 내줄 만큼 후한 인심을 보인다.

“언니야~ 뭐 줄까? 일단 안에 들어와 봐. 맛 없으면 돈 안 내고 가도 돼.” 족발 골목의 아주머니들은 하나같이 ‘맛 없으면 돈 안 받는다’고 말하며 행인을 유혹한다. 골목 안에는‘소문난 족발’, ‘오향족발’, ‘한양 족발’, ‘궁중족발’ 등 네댓 개의 이름난족발집이 있는데 사실 맛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나같이 족발 한 접시를 시키면 순대와 머리고기, 순댓국이 서비스로 나오는데 양도 상당할뿐더러 몇 번이고 더 담아준다.

밥집으로는 마포할머니빈대떡 골목에 있는  ‘전주식당’이 유명하다. 4,000원 하는 가정식 백반을 선보이는데 조기구이와 묵은 김치, 각종 나물 등 열댓 개의 반찬이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푸짐하게 차려진다. 식당은 스무 명 정도면 꽉 찰 만큼 작지만 점심시간이면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끝없이 이어진다. 저녁에는 홍어회와 홍어삼합, 아귀찜을 판다.

무엇보다 서비스로 나오는 홍어탕이 별미다. 또한 주인아주머니의 인심이 어찌나 좋은지 구하기도 어렵다는 홍어 간도 간혹 서비스로 내온다. 빈대떡 골목과 족발 골목 사이에 위치한 ‘독도푸른바다’는 이 근처 회사원들이 회식 장소로 애용하는 곳. 회 센터와 정통 일식당이 함께 있어 누구나 가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인근 맛집 중 드물게 룸을 갖추어 접대를 위해 찾아도 손색없다.

공덕시장 건너편 신공덕동 쪽에는 공덕동의 명물 맛집인 굴다리식당과 마포고바우가 자리하고 있다. ‘굴다리식당’은 식사 시간이면 늘 길게 줄을 서는 유명한 김치찌개집이다. 커다란 솥에 푹 익힌 김치와 돼지 비계를 넣고 미리 끓여둔 김치찌개를 스테인리스 냉면 그릇에 퍼주는데 아쉽게도 명성만큼 맛이 뛰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찌개 양이 많고 반찬 또한 푸짐하게 차려져 한 끼 식사 장소로는 손색이 없을 듯하다.

‘마포고바우’ 역시 최대포집과 마찬가지로 돼지갈비와 돼지껍데기로 유명하다. 다만 최대포집이 현대적인 분위기라면 마포고바우는 좀더 예스러운 멋을 지녔다. 가운데가 뻥 뚫린 드럼통 안에 연탄불을 넣어 고기를 구워 먹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환기 시설이 좋지 않아 옷에 고기 냄새가 배는 문제가 있지만, 맛과 예스러운 분위기를 중요시한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출처 : 상록수 동산
글쓴이 : 정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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